도서명 : 깊은 이야기
저자 : 페르 예스페르센
출판사 : 닥터필로스
발행년도 : 2006년 3월 30일
효과 : 한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책 분석적 사고력
수준 : 13~14세 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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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 현대적 삶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북유럽의 철학동화 ▶▶
몸 속에 삽입된 작은 전자 칩이 사람을 감시하게 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너무나 가지고 싶은 휴대폰, 하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DNA를 이식해서 노래 못하는 사람을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바꾼다면, 그건 옳을 일일까? 휴대폰과 컴퓨터에 몰두해 있는 요즘 사람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어린이들과의 철학적 토론을 위해 창작된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이처럼 현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인간성이라는 관점에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많은 어린이용 동화들이 쓰여졌고 또 쓰여지고 있지만, 현대 사회의 어린이,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해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글들이 흔치 않는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동화에 있어서는 과거의 것, 전통적인 것이 더 바람직한 가치로 여겨졌던 것은 아닐까? 《깊은 이야기》는 이 점에서 다른 동화들과 차별화된다.
철학동화들은 철학적인 주제들을 글 속에 때로는 드러나게 때로는 숨겨 있게 삽입해 놓음으로써 글을 읽는 독자가 그것들을 발견하여 그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도록 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글들에 비해 생각할 거리가 많은 편이어서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읽어야 한다. 또한 읽고 그냥 넘어가는데 그치지 않고 교사나 부모가 함께 읽으며 주제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식의 책 읽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책을 읽는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도 이 책은 매 이야기의 끝마다 저자가 손수 쓴 <읽고 생각해 봅시다>가 따라 나온다. 본문을 읽은 사람이 그 문제들에 대해 직접 생각해 보는 것도 좋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토론해 보는 것도 좋다. 이야기만을 그냥 읽고 끝마치는 책 읽기와 읽고 점검하고 생각해 보는 책 읽기는 읽기 능력의 커다란 차이로 귀결된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이 읽기에 적당하도록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에게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겠으나, 진지한 책 읽기의 훈련을 위해서는 이 정도가 결코 무리는 아니다. 물론, 성인들이 읽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성인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 펴낸곳 : 닥터필로스
● 지은이 : 페르 예스페르센
● 옮긴이 : 김유철 / 김명희
● 펴낸날 : 2006년 3월 30일
● 가격 : 8,500원
,
철학동화란 세계에 대한 생각하기를 돕는 책
단순히 지식만을 주입하는 교육보다 지혜를 주는 교육,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강조되면서 철학교육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기원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오는 그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말뜻 그대로 ‘지식’보다는 ‘지혜’를 강조해온 학문이다. 또한 ‘지식’ 그 자체보다 지식을 얻는 과정, 즉 생각함의 과정이나 정당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철학에 대해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철학이란 애초 어려운 학문이다. 따라서 어른들, 그중에서도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었다.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 철학은 추상적이고 복잡하며 현학적인 것이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이성이 추구하는 최고의 지혜, 최고의 지식인 철학은 권력이었으며, 권력의 형태로 주어지는 이러한 기득권에의 접근을 아무에게나 허락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했던 철학을 어린이를 위한 교육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철학동화다. 어려운 철학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화의 옷을 입힌 것이다.
20세기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철학동화가 창작되기 시작했다.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교육으로 철학이 부각되면서, 어린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기 위한 도구로서 철학동화 혹은 철학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학교교육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사용되었다.
철학동화들은 철학적인 주제들을 글 속에 때로는 드러나게 때로는 숨겨 있게 삽입해 놓음으로써 글을 읽는 독자가 그것들을 발견하여 그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도록 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글들에 비해 생각할 거리가 많은 편이어서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읽어야 한다. 또한 읽고 그냥 넘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나 부모가 함께 읽으며 주제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철학동화의 역할은 철학적인 주제의 제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소설이나 동화 같은 문학작품이 가지는 본연의 역할 또한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에 대한 경험을 확장시키는 일이다. 철학이란 세계에 대한 경험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세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철학동화는 바로 그러한 부족함을 보완해주도록 창작됨으로써 문학적인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글을 통해 경험하는 것은 문학적 경험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시작이다.
이성의 세계, 논리의 세계, 현실의 세계를 뛰어넘는다
철학동화가 세계에 대한 경험을 확장시키고 세계에 대한 사고방식을 제시하는 동화라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철학동화가 경험으로서 제시하려는 세계가 어떠하냐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많은 철학동화들은 주로 현실의 세계, 논리의 세계, 이성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데 주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철학동화들이 가지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합리성의 추구이고, 도덕성 즉 선의 추구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철학동화들이 다루는 주된 소재는 논리학과 윤리학이었다. 논리학적인 규칙 등을 글 속에 찾고 배우게 한다거나, 행위의 도덕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합리성의 세계, 이성의 세계만이 이 세계의 전부일까? 꿈의 세계, 환상의 세계, 무의식의 세계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일부가 아닐까? 오히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세계는 해리포터의 세계와 같은 마법의 세계, 환상의 세계가 아닐까? 이제까지의 많은 철학동화들이 추구해온 세계는 오히려 세계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는 바로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의 동화에서는 이성적인 세계와 비이성적인 세계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 하나는 옳은 것이며 또 하나는 그른 것으로 제시되지도 않고 오히려 둘 사이의 균형이 강조된다. 합리적인 세계관을 넘어서서 오히려 ‘균형 잡힌’ 세계관을 추구한다.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가 다른 철학동화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이점 때문이다.
북유럽의 정서가 들어있는 꿈과 환상의 철학 동화
페르 예스페르센의 동화는 현실과 환타지가 섞여 있다. 요정이 나오고, 소년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한다. 또 마이크로 칩이 생각하며, 나무가 말을 한다. 글 속의 등장인물들은 현실과 환타지가 섞여있는 세상 속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펼쳐나간다. 이성과 감성이 함께 조화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 그대로다.
페르 예스페르센의 동화는 이러한 점에서 안데르센 동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두 사람이 모두 덴마크 출신이라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덴마크를 포함한 많은 북유럽 국가들의 신화와 전설들은 요즘 유럽을 벗어나 전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나니야 연대기>와 같은 책들이 북유럽적인 상상력을 토대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그림형제의 동화나 안데르센의 동화도 북유럽의 전통에 서 있다. 고대에서 중세까지 서양인의 사고에 상상력을 불어넣은 것이 그리스 신화라면, 현대는 북유럽의 상상력이 전인류를 꿈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덴마크 출신인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도 바로 그러한 북유럽적인 전통위에 서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 어른을 위한 동화
원래 이 동화들은 어린이들과 철학 수업을 하기 위해 저자가 직접 쓴 것들이다. 어린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일이 이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유럽 국가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따라서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 즉 동화이다. 하지만 이 글들이 반드시 어린이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철학적인 대화가 주로 어린이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주제가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어른들도 읽고 생각해 보기에 아주 좋은 글들이다. 더욱이 매 이야기의 끝에 따라 나오는 <읽고 생각해 봅시다>는 어른들을 위해서도 좋다. 철학동화가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 현실에서 그 읽는 방법 즉 독법과 함께 토론의 지침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른들도 함께 읽어야 할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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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에 삽입된 작은 전자 칩이 사람을 감시하게 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너무나 가지고 싶은 휴대폰, 하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DNA를 이식해서 노래 못하는 사람을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바꾼다면, 그건 옳을 일일까? 휴대폰과 컴퓨터에 몰두해 있는 요즘 사람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어린이들과의 철학적 토론을 위해 창작된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이처럼 현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인간성이라는 관점에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많은 어린이용 동화들이 쓰여졌고 또 쓰여지고 있지만, 현대 사회의 어린이,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해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글들이 흔치 않는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동화에 있어서는 과거의 것, 전통적인 것이 더 바람직한 가치로 여겨졌던 것은 아닐까? 《깊은 이야기》는 이 점에서 다른 동화들과 차별화된다.
철학동화들은 철학적인 주제들을 글 속에 때로는 드러나게 때로는 숨겨 있게 삽입해 놓음으로써 글을 읽는 독자가 그것들을 발견하여 그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도록 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글들에 비해 생각할 거리가 많은 편이어서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읽어야 한다. 또한 읽고 그냥 넘어가는데 그치지 않고 교사나 부모가 함께 읽으며 주제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식의 책 읽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책을 읽는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도 이 책은 매 이야기의 끝마다 저자가 손수 쓴 <읽고 생각해 봅시다>가 따라 나온다. 본문을 읽은 사람이 그 문제들에 대해 직접 생각해 보는 것도 좋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토론해 보는 것도 좋다. 이야기만을 그냥 읽고 끝마치는 책 읽기와 읽고 점검하고 생각해 보는 책 읽기는 읽기 능력의 커다란 차이로 귀결된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이 읽기에 적당하도록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에게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겠으나, 진지한 책 읽기의 훈련을 위해서는 이 정도가 결코 무리는 아니다. 물론, 성인들이 읽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성인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 펴낸곳 : 닥터필로스
● 지은이 : 페르 예스페르센
● 옮긴이 : 김유철 / 김명희
● 펴낸날 : 2006년 3월 30일
● 가격 :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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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동화란 세계에 대한 생각하기를 돕는 책
단순히 지식만을 주입하는 교육보다 지혜를 주는 교육,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강조되면서 철학교육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기원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오는 그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말뜻 그대로 ‘지식’보다는 ‘지혜’를 강조해온 학문이다. 또한 ‘지식’ 그 자체보다 지식을 얻는 과정, 즉 생각함의 과정이나 정당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철학에 대해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철학이란 애초 어려운 학문이다. 따라서 어른들, 그중에서도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었다.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 철학은 추상적이고 복잡하며 현학적인 것이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이성이 추구하는 최고의 지혜, 최고의 지식인 철학은 권력이었으며, 권력의 형태로 주어지는 이러한 기득권에의 접근을 아무에게나 허락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했던 철학을 어린이를 위한 교육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철학동화다. 어려운 철학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화의 옷을 입힌 것이다.
20세기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철학동화가 창작되기 시작했다.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교육으로 철학이 부각되면서, 어린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기 위한 도구로서 철학동화 혹은 철학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학교교육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사용되었다.
철학동화들은 철학적인 주제들을 글 속에 때로는 드러나게 때로는 숨겨 있게 삽입해 놓음으로써 글을 읽는 독자가 그것들을 발견하여 그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도록 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글들에 비해 생각할 거리가 많은 편이어서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읽어야 한다. 또한 읽고 그냥 넘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나 부모가 함께 읽으며 주제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철학동화의 역할은 철학적인 주제의 제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소설이나 동화 같은 문학작품이 가지는 본연의 역할 또한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에 대한 경험을 확장시키는 일이다. 철학이란 세계에 대한 경험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세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철학동화는 바로 그러한 부족함을 보완해주도록 창작됨으로써 문학적인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글을 통해 경험하는 것은 문학적 경험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시작이다.
이성의 세계, 논리의 세계, 현실의 세계를 뛰어넘는다
철학동화가 세계에 대한 경험을 확장시키고 세계에 대한 사고방식을 제시하는 동화라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철학동화가 경험으로서 제시하려는 세계가 어떠하냐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많은 철학동화들은 주로 현실의 세계, 논리의 세계, 이성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데 주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철학동화들이 가지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합리성의 추구이고, 도덕성 즉 선의 추구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철학동화들이 다루는 주된 소재는 논리학과 윤리학이었다. 논리학적인 규칙 등을 글 속에 찾고 배우게 한다거나, 행위의 도덕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합리성의 세계, 이성의 세계만이 이 세계의 전부일까? 꿈의 세계, 환상의 세계, 무의식의 세계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일부가 아닐까? 오히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세계는 해리포터의 세계와 같은 마법의 세계, 환상의 세계가 아닐까? 이제까지의 많은 철학동화들이 추구해온 세계는 오히려 세계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는 바로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의 동화에서는 이성적인 세계와 비이성적인 세계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 하나는 옳은 것이며 또 하나는 그른 것으로 제시되지도 않고 오히려 둘 사이의 균형이 강조된다. 합리적인 세계관을 넘어서서 오히려 ‘균형 잡힌’ 세계관을 추구한다.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가 다른 철학동화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이점 때문이다.
북유럽의 정서가 들어있는 꿈과 환상의 철학 동화
페르 예스페르센의 동화는 현실과 환타지가 섞여 있다. 요정이 나오고, 소년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한다. 또 마이크로 칩이 생각하며, 나무가 말을 한다. 글 속의 등장인물들은 현실과 환타지가 섞여있는 세상 속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펼쳐나간다. 이성과 감성이 함께 조화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 그대로다.
페르 예스페르센의 동화는 이러한 점에서 안데르센 동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두 사람이 모두 덴마크 출신이라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덴마크를 포함한 많은 북유럽 국가들의 신화와 전설들은 요즘 유럽을 벗어나 전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나니야 연대기>와 같은 책들이 북유럽적인 상상력을 토대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그림형제의 동화나 안데르센의 동화도 북유럽의 전통에 서 있다. 고대에서 중세까지 서양인의 사고에 상상력을 불어넣은 것이 그리스 신화라면, 현대는 북유럽의 상상력이 전인류를 꿈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덴마크 출신인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도 바로 그러한 북유럽적인 전통위에 서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 어른을 위한 동화
원래 이 동화들은 어린이들과 철학 수업을 하기 위해 저자가 직접 쓴 것들이다. 어린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일이 이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유럽 국가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따라서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 즉 동화이다. 하지만 이 글들이 반드시 어린이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철학적인 대화가 주로 어린이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주제가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어른들도 읽고 생각해 보기에 아주 좋은 글들이다. 더욱이 매 이야기의 끝에 따라 나오는 <읽고 생각해 봅시다>는 어른들을 위해서도 좋다. 철학동화가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 현실에서 그 읽는 방법 즉 독법과 함께 토론의 지침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른들도 함께 읽어야 할 동화이다.
몸 속에 삽입된 작은 전자 칩이 사람을 감시하게 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너무나 가지고 싶은 휴대폰, 하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DNA를 이식해서 노래 못하는 사람을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바꾼다면, 그건 옳을 일일까? 휴대폰과 컴퓨터에 몰두해 있는 요즘 사람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어린이들과의 철학적 토론을 위해 창작된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이처럼 현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인간성이라는 관점에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많은 어린이용 동화들이 쓰여졌고 또 쓰여지고 있지만, 현대 사회의 어린이,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해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글들이 흔치 않는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동화에 있어서는 과거의 것, 전통적인 것이 더 바람직한 가치로 여겨졌던 것은 아닐까? 《깊은 이야기》는 이 점에서 다른 동화들과 차별화된다.
철학동화들은 철학적인 주제들을 글 속에 때로는 드러나게 때로는 숨겨 있게 삽입해 놓음으로써 글을 읽는 독자가 그것들을 발견하여 그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도록 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글들에 비해 생각할 거리가 많은 편이어서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읽어야 한다. 또한 읽고 그냥 넘어가는데 그치지 않고 교사나 부모가 함께 읽으며 주제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식의 책 읽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책을 읽는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도 이 책은 매 이야기의 끝마다 저자가 손수 쓴 <읽고 생각해 봅시다>가 따라 나온다. 본문을 읽은 사람이 그 문제들에 대해 직접 생각해 보는 것도 좋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토론해 보는 것도 좋다. 이야기만을 그냥 읽고 끝마치는 책 읽기와 읽고 점검하고 생각해 보는 책 읽기는 읽기 능력의 커다란 차이로 귀결된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이 읽기에 적당하도록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에게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겠으나, 진지한 책 읽기의 훈련을 위해서는 이 정도가 결코 무리는 아니다. 물론, 성인들이 읽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성인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 펴낸곳 : 닥터필로스
● 지은이 : 페르 예스페르센
● 옮긴이 : 김유철 / 김명희
● 펴낸날 : 2006년 3월 30일
● 가격 :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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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동화란 세계에 대한 생각하기를 돕는 책
단순히 지식만을 주입하는 교육보다 지혜를 주는 교육,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강조되면서 철학교육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기원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오는 그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말뜻 그대로 ‘지식’보다는 ‘지혜’를 강조해온 학문이다. 또한 ‘지식’ 그 자체보다 지식을 얻는 과정, 즉 생각함의 과정이나 정당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철학에 대해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철학이란 애초 어려운 학문이다. 따라서 어른들, 그중에서도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었다.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 철학은 추상적이고 복잡하며 현학적인 것이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이성이 추구하는 최고의 지혜, 최고의 지식인 철학은 권력이었으며, 권력의 형태로 주어지는 이러한 기득권에의 접근을 아무에게나 허락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했던 철학을 어린이를 위한 교육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철학동화다. 어려운 철학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화의 옷을 입힌 것이다.
20세기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철학동화가 창작되기 시작했다.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교육으로 철학이 부각되면서, 어린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기 위한 도구로서 철학동화 혹은 철학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학교교육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사용되었다.
철학동화들은 철학적인 주제들을 글 속에 때로는 드러나게 때로는 숨겨 있게 삽입해 놓음으로써 글을 읽는 독자가 그것들을 발견하여 그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도록 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글들에 비해 생각할 거리가 많은 편이어서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읽어야 한다. 또한 읽고 그냥 넘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나 부모가 함께 읽으며 주제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철학동화의 역할은 철학적인 주제의 제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소설이나 동화 같은 문학작품이 가지는 본연의 역할 또한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에 대한 경험을 확장시키는 일이다. 철학이란 세계에 대한 경험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세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철학동화는 바로 그러한 부족함을 보완해주도록 창작됨으로써 문학적인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글을 통해 경험하는 것은 문학적 경험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시작이다.
이성의 세계, 논리의 세계, 현실의 세계를 뛰어넘는다
철학동화가 세계에 대한 경험을 확장시키고 세계에 대한 사고방식을 제시하는 동화라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철학동화가 경험으로서 제시하려는 세계가 어떠하냐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많은 철학동화들은 주로 현실의 세계, 논리의 세계, 이성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데 주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철학동화들이 가지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합리성의 추구이고, 도덕성 즉 선의 추구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철학동화들이 다루는 주된 소재는 논리학과 윤리학이었다. 논리학적인 규칙 등을 글 속에 찾고 배우게 한다거나, 행위의 도덕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합리성의 세계, 이성의 세계만이 이 세계의 전부일까? 꿈의 세계, 환상의 세계, 무의식의 세계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일부가 아닐까? 오히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세계는 해리포터의 세계와 같은 마법의 세계, 환상의 세계가 아닐까? 이제까지의 많은 철학동화들이 추구해온 세계는 오히려 세계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는 바로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의 동화에서는 이성적인 세계와 비이성적인 세계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 하나는 옳은 것이며 또 하나는 그른 것으로 제시되지도 않고 오히려 둘 사이의 균형이 강조된다. 합리적인 세계관을 넘어서서 오히려 ‘균형 잡힌’ 세계관을 추구한다.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가 다른 철학동화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이점 때문이다.
북유럽의 정서가 들어있는 꿈과 환상의 철학 동화
페르 예스페르센의 동화는 현실과 환타지가 섞여 있다. 요정이 나오고, 소년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한다. 또 마이크로 칩이 생각하며, 나무가 말을 한다. 글 속의 등장인물들은 현실과 환타지가 섞여있는 세상 속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펼쳐나간다. 이성과 감성이 함께 조화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 그대로다.
페르 예스페르센의 동화는 이러한 점에서 안데르센 동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두 사람이 모두 덴마크 출신이라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덴마크를 포함한 많은 북유럽 국가들의 신화와 전설들은 요즘 유럽을 벗어나 전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나니야 연대기>와 같은 책들이 북유럽적인 상상력을 토대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그림형제의 동화나 안데르센의 동화도 북유럽의 전통에 서 있다. 고대에서 중세까지 서양인의 사고에 상상력을 불어넣은 것이 그리스 신화라면, 현대는 북유럽의 상상력이 전인류를 꿈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덴마크 출신인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도 바로 그러한 북유럽적인 전통위에 서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 어른을 위한 동화
원래 이 동화들은 어린이들과 철학 수업을 하기 위해 저자가 직접 쓴 것들이다. 어린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일이 이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유럽 국가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따라서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 즉 동화이다. 하지만 이 글들이 반드시 어린이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철학적인 대화가 주로 어린이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주제가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어른들도 읽고 생각해 보기에 아주 좋은 글들이다. 더욱이 매 이야기의 끝에 따라 나오는 <읽고 생각해 봅시다>는 어른들을 위해서도 좋다. 철학동화가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 현실에서 그 읽는 방법 즉 독법과 함께 토론의 지침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른들도 함께 읽어야 할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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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에 삽입된 작은 전자 칩이 사람을 감시하게 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너무나 가지고 싶은 휴대폰, 하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DNA를 이식해서 노래 못하는 사람을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바꾼다면, 그건 옳을 일일까? 휴대폰과 컴퓨터에 몰두해 있는 요즘 사람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어린이들과의 철학적 토론을 위해 창작된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이처럼 현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인간성이라는 관점에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많은 어린이용 동화들이 쓰여졌고 또 쓰여지고 있지만, 현대 사회의 어린이,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해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글들이 흔치 않는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동화에 있어서는 과거의 것, 전통적인 것이 더 바람직한 가치로 여겨졌던 것은 아닐까? 《깊은 이야기》는 이 점에서 다른 동화들과 차별화된다.
철학동화들은 철학적인 주제들을 글 속에 때로는 드러나게 때로는 숨겨 있게 삽입해 놓음으로써 글을 읽는 독자가 그것들을 발견하여 그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도록 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글들에 비해 생각할 거리가 많은 편이어서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읽어야 한다. 또한 읽고 그냥 넘어가는데 그치지 않고 교사나 부모가 함께 읽으며 주제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식의 책 읽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책을 읽는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도 이 책은 매 이야기의 끝마다 저자가 손수 쓴 <읽고 생각해 봅시다>가 따라 나온다. 본문을 읽은 사람이 그 문제들에 대해 직접 생각해 보는 것도 좋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토론해 보는 것도 좋다. 이야기만을 그냥 읽고 끝마치는 책 읽기와 읽고 점검하고 생각해 보는 책 읽기는 읽기 능력의 커다란 차이로 귀결된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이 읽기에 적당하도록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에게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겠으나, 진지한 책 읽기의 훈련을 위해서는 이 정도가 결코 무리는 아니다. 물론, 성인들이 읽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성인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 펴낸곳 : 닥터필로스
● 지은이 : 페르 예스페르센
● 옮긴이 : 김유철 / 김명희
● 펴낸날 : 2006년 3월 30일
● 가격 :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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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동화란 세계에 대한 생각하기를 돕는 책
단순히 지식만을 주입하는 교육보다 지혜를 주는 교육,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강조되면서 철학교육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기원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오는 그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말뜻 그대로 ‘지식’보다는 ‘지혜’를 강조해온 학문이다. 또한 ‘지식’ 그 자체보다 지식을 얻는 과정, 즉 생각함의 과정이나 정당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철학에 대해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철학이란 애초 어려운 학문이다. 따라서 어른들, 그중에서도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었다.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 철학은 추상적이고 복잡하며 현학적인 것이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이성이 추구하는 최고의 지혜, 최고의 지식인 철학은 권력이었으며, 권력의 형태로 주어지는 이러한 기득권에의 접근을 아무에게나 허락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했던 철학을 어린이를 위한 교육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철학동화다. 어려운 철학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화의 옷을 입힌 것이다.
20세기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철학동화가 창작되기 시작했다.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교육으로 철학이 부각되면서, 어린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기 위한 도구로서 철학동화 혹은 철학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학교교육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사용되었다.
철학동화들은 철학적인 주제들을 글 속에 때로는 드러나게 때로는 숨겨 있게 삽입해 놓음으로써 글을 읽는 독자가 그것들을 발견하여 그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도록 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글들에 비해 생각할 거리가 많은 편이어서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읽어야 한다. 또한 읽고 그냥 넘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나 부모가 함께 읽으며 주제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철학동화의 역할은 철학적인 주제의 제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소설이나 동화 같은 문학작품이 가지는 본연의 역할 또한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에 대한 경험을 확장시키는 일이다. 철학이란 세계에 대한 경험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세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철학동화는 바로 그러한 부족함을 보완해주도록 창작됨으로써 문학적인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글을 통해 경험하는 것은 문학적 경험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시작이다.
이성의 세계, 논리의 세계, 현실의 세계를 뛰어넘는다
철학동화가 세계에 대한 경험을 확장시키고 세계에 대한 사고방식을 제시하는 동화라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철학동화가 경험으로서 제시하려는 세계가 어떠하냐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많은 철학동화들은 주로 현실의 세계, 논리의 세계, 이성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데 주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철학동화들이 가지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합리성의 추구이고, 도덕성 즉 선의 추구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철학동화들이 다루는 주된 소재는 논리학과 윤리학이었다. 논리학적인 규칙 등을 글 속에 찾고 배우게 한다거나, 행위의 도덕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합리성의 세계, 이성의 세계만이 이 세계의 전부일까? 꿈의 세계, 환상의 세계, 무의식의 세계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일부가 아닐까? 오히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세계는 해리포터의 세계와 같은 마법의 세계, 환상의 세계가 아닐까? 이제까지의 많은 철학동화들이 추구해온 세계는 오히려 세계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는 바로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의 동화에서는 이성적인 세계와 비이성적인 세계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 하나는 옳은 것이며 또 하나는 그른 것으로 제시되지도 않고 오히려 둘 사이의 균형이 강조된다. 합리적인 세계관을 넘어서서 오히려 ‘균형 잡힌’ 세계관을 추구한다.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가 다른 철학동화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이점 때문이다.
북유럽의 정서가 들어있는 꿈과 환상의 철학 동화
페르 예스페르센의 동화는 현실과 환타지가 섞여 있다. 요정이 나오고, 소년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한다. 또 마이크로 칩이 생각하며, 나무가 말을 한다. 글 속의 등장인물들은 현실과 환타지가 섞여있는 세상 속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펼쳐나간다. 이성과 감성이 함께 조화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 그대로다.
페르 예스페르센의 동화는 이러한 점에서 안데르센 동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두 사람이 모두 덴마크 출신이라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덴마크를 포함한 많은 북유럽 국가들의 신화와 전설들은 요즘 유럽을 벗어나 전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나니야 연대기>와 같은 책들이 북유럽적인 상상력을 토대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그림형제의 동화나 안데르센의 동화도 북유럽의 전통에 서 있다. 고대에서 중세까지 서양인의 사고에 상상력을 불어넣은 것이 그리스 신화라면, 현대는 북유럽의 상상력이 전인류를 꿈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덴마크 출신인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도 바로 그러한 북유럽적인 전통위에 서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 어른을 위한 동화
원래 이 동화들은 어린이들과 철학 수업을 하기 위해 저자가 직접 쓴 것들이다. 어린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일이 이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유럽 국가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따라서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 즉 동화이다. 하지만 이 글들이 반드시 어린이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철학적인 대화가 주로 어린이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주제가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어른들도 읽고 생각해 보기에 아주 좋은 글들이다. 더욱이 매 이야기의 끝에 따라 나오는 <읽고 생각해 봅시다>는 어른들을 위해서도 좋다. 철학동화가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 현실에서 그 읽는 방법 즉 독법과 함께 토론의 지침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른들도 함께 읽어야 할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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