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키워주기
어제밤 늦게까지 놀던 아이가 늦잠을 잤습니다.
아이의 통통한 엉덩이를 만져 주고 다리를 쭉쭉 펴주고 하면서 잠을 깨웠습니다. 엄마가 귀찮게 구는데도 짜증부리지 않고 배
시시 웃으며 일어납니다.
일어나면 늘 밥부터 찾는 아이입니다.
“엄마, 밥 주세요.”
“쉬부터 하고.”
화장실에 욕실보조의자를 놓아주었더니 이제 혼자서도 ‘쉬’를 잘 합니다.
변기에 물을 내리고 소용돌이쳐서 내려가는 모양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도 요즘 생긴 버릇입니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묻습니다.
“해님도 일어났어요?”
“그럼, 벌써 일어났지.”
“그럼, 별님은요?”
“별님은 이제 자러 갔어.”
“어디에서 자요?”
“재현이는 어디에서 자니?”
“우리집에서요.”
“그럼, 별님은 어디에서 잘까?”
“별님집에서 자요. (잠시 생각하다가) 여기는 우리집이지요.(주변을 빙 둘러 가리키며)”
“그렇지.”
“별님 집은 어디예요?”
예상했던 질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엄마가 이 대목에서 약한 줄 어떻게 알았을까요.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위의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경험한 베테랑 엄마 아니겠습니까. 이쯤 되면 엄
마는 최대한 뻔뻔해질 수 있습니다.
“엄마도 모르겠다. 재현이가 알아내서 엄마한테 가르쳐 줘.”
아마 아이는 오늘 어린이집에 가서 선생님을 괴롭힐 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질문을 하면 꼭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오히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뺏는 결과도 됩니다. 대답을
모를 경우, 아니 안다 하더라도 즉각적인 대답보다는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 낼 수 있게 하면, 그
리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아이는 생각하는 게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감도 갖게 됩니다.
중요한 건 별님의 집이 어디인가를 아는 게 아닐 겁니다.
주변에서 궁금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밝은 눈, 그걸 자기가 알고 있는 언어로 주저하지 않고 물어볼 줄 아는 용감한 입, 그리
고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소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