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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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닥터필로스 작성일18-04-20 14:20 조회8,12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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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할인마트에 가서 아이들 침대카바와 이불을 샀습니다. 아들아이 것은 엷은 팥죽색이고, 딸아이 것은 아이보리 바탕에
꽃과 나뭇잎이 듬성듬성 놓여 있는 것입니다. 결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조건에 딱 맞는 것이 없어
서 차선을 고르다보니 이것 저것 걸리는 게 많아져서입니다.
'침대보 고르는데 무슨 조건씩이나. 혹시 굉장히 따지는 사람이거나 사소한 데 목숨거는 강박증 환자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아는 게 죄' 또는 '식자우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3월부터 '역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쉽게 '사주 팔자 보는 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혹시 배워서 '돗자리'라도 펼 생각이냐고요? 그럴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닙니다. 사소한 관심때문에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실
역학은 광범위한 학문이라 제대로 공부하자면 몇십년이 걸려도 통달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제가 배우는 것은 역학의 한 줄기인
'명리학'에 속합니다. 그것도 생활과 접목해서 응용할 수 있는 원리만 배우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
니다.
역학에서의 기본원리는 음양오행입니다. 사주팔자를 풀 때도 물론 음양오행을 적용합니다. 음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
로 대조되는 개념이고 오행은 '목, 화, 토, 금, 수'로 분류되는 사물의 기운입니다.
배운대로 우리 아이들의 사주를 풀어보니 아들의 경우 '화(불)'의 기운이 부족했고, 딸의 경우 '목(나무)'의 기운이 부족했습니
다. 아이들에게서 평소에 느끼는 것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그래서 침대보를 사러 가서 아들아이 것을 고를 때는 '화'의 색인 '적색'을 염두에 두었고 딸아이 것을 고를 때는 '목'의 색인
'청색'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색깔을 기준으로 보니 딱히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배운 것을 기본으로 하되 약
간의 응용을 거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물건들 중에서 '적색'의 변형인 엷은 팥죽색과 '목'의 일부분인 '나뭇잎'을 그나마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나머지 먹거리며 생필품들을 남편이 쇼핑해 주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남편은 먹거리에 목숨 건 사람입니다.
집에 와서 아이들 침대를 정리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봐서인지 방이 훨씬 안정된 느낌이었습니다.
이불을 바꿔주었다고 갑자기 아이들이 바뀌진 않겠지요. 하지만 엄마의 사소한 배려가 아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
하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약간은 비판적이고 냉정한 구석이 있는 아들아이는 훨훨 타오르는 불꽃의 따뜻함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계산이 빠르고 생각이 많은 딸아이는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뻗어가는 나무의 천진함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그 아이들의 엄마는 앞으로 다소 피곤한 삶을 살 것이 예상됩니다. 어디 이불뿐이겠습니까. 적용할 것은 주변에 널려
있고 끽끽거리며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바삐 돌려야 하니 당연히 피곤해지겠지요.
'식자우환'
옛말 틀린 거 정말 못 봤습니다.
꽃과 나뭇잎이 듬성듬성 놓여 있는 것입니다. 결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조건에 딱 맞는 것이 없어
서 차선을 고르다보니 이것 저것 걸리는 게 많아져서입니다.
'침대보 고르는데 무슨 조건씩이나. 혹시 굉장히 따지는 사람이거나 사소한 데 목숨거는 강박증 환자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아는 게 죄' 또는 '식자우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3월부터 '역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쉽게 '사주 팔자 보는 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혹시 배워서 '돗자리'라도 펼 생각이냐고요? 그럴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닙니다. 사소한 관심때문에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실
역학은 광범위한 학문이라 제대로 공부하자면 몇십년이 걸려도 통달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제가 배우는 것은 역학의 한 줄기인
'명리학'에 속합니다. 그것도 생활과 접목해서 응용할 수 있는 원리만 배우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
니다.
역학에서의 기본원리는 음양오행입니다. 사주팔자를 풀 때도 물론 음양오행을 적용합니다. 음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
로 대조되는 개념이고 오행은 '목, 화, 토, 금, 수'로 분류되는 사물의 기운입니다.
배운대로 우리 아이들의 사주를 풀어보니 아들의 경우 '화(불)'의 기운이 부족했고, 딸의 경우 '목(나무)'의 기운이 부족했습니
다. 아이들에게서 평소에 느끼는 것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그래서 침대보를 사러 가서 아들아이 것을 고를 때는 '화'의 색인 '적색'을 염두에 두었고 딸아이 것을 고를 때는 '목'의 색인
'청색'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색깔을 기준으로 보니 딱히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배운 것을 기본으로 하되 약
간의 응용을 거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물건들 중에서 '적색'의 변형인 엷은 팥죽색과 '목'의 일부분인 '나뭇잎'을 그나마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나머지 먹거리며 생필품들을 남편이 쇼핑해 주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남편은 먹거리에 목숨 건 사람입니다.
집에 와서 아이들 침대를 정리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봐서인지 방이 훨씬 안정된 느낌이었습니다.
이불을 바꿔주었다고 갑자기 아이들이 바뀌진 않겠지요. 하지만 엄마의 사소한 배려가 아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
하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약간은 비판적이고 냉정한 구석이 있는 아들아이는 훨훨 타오르는 불꽃의 따뜻함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계산이 빠르고 생각이 많은 딸아이는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뻗어가는 나무의 천진함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그 아이들의 엄마는 앞으로 다소 피곤한 삶을 살 것이 예상됩니다. 어디 이불뿐이겠습니까. 적용할 것은 주변에 널려
있고 끽끽거리며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바삐 돌려야 하니 당연히 피곤해지겠지요.
'식자우환'
옛말 틀린 거 정말 못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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